WE GROW TOGETHER 인터뷰 시리즈: 위커넥트
개인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연대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멋진 여성 커뮤니티와 기업을 소개하는 심플스텝스 인터뷰 시리즈! 그 첫 번째는 경력 보유 여성을 위한 커리어 플랫폼 ‘위커넥트’입니다. 2018년부터 위커넥트와 함께 해 온 초기 멤버 3인방인 대표 김미진 님, 디렉터 노유진 님, 매니저 안 수연 님을 2021년 7월 13일에 비대면 인터뷰했습니다.
오른쪽부터 노유진, 김미진, 안수연
Q. 위커넥트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이고,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요?
유진: 위커넥트는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다시 일자리로 복귀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가지고 2018년 처음 시작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직무 교육을 하거나 창업 지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위커넥트는 경력을 보유한 여성이 본인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일하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에 주목했어요. 예를 들어 보육 기관의 스케줄에 맞춰 일할 수 있는 단축 근무제도라던지, 출근 시간을 10시로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연한 일자리가 필요했어요. 위커넥트는 채용 플랫폼 비즈니스로서 여성 경력직 인재와 스타트업과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사 등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 조성된 일자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위커넥트는 계속 일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커리어 플랫폼을 추구해요.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집중적으로 타깃 하기는 했지만, 저희가 100건, 200건이 넘는 매칭을 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임신이나 출산에 의한 경력 단절에만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여성 생애주기의 다양한 지점에서 경력 단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많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발견한 관심사와 고민을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마흔 이후 어떻게 일할 것인가 같은 고민이 들려오자 실제로 마흔 이후에 굵직한 커리어 결단을 내리셨던 메디비젼 신혜숙 대표님을 모셔서 웨비나를 진행하는 것처럼요. 결국 채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관심 있을 만한 채용 기회를 만들고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심 전략이에요.
Q. 위커넥트가 도움을 주고 있는 여성들은 대표적으로 어떤 분들인지 소개해 주세요.
유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유형은 앞서 말한 위커넥트가 초기에 집중했던 여성들이에요. 경력이 5~8년 정도 되었을 때 아이를 출산한 경우가 많아요. 마케팅, 기획, 경영관리, 재무회계 직무에 경력을 보유하고 있고, 아이 출산 후 1~2년 미만의 경력 공백 후 다시 일터로 복귀해 본인의 전문성을 이어가기를 원하는 여성이에요. 두 번째 유형은 40대 이상이에요. 그동안 쌓아 온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전문성을 더욱 확장하기 원하는 분들이에요.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일하시다가 스타트업에서 기회를 찾고자 하는 경우예요. 세 번째 유형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미혼 여성이에요. 이분들의 가장 큰 커리어 고민은 저성장 시대에 경력과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싶어 하고 그런 기회가 스타트업에 있다고 보고 이직을 하고자 하는 3년 정도의 경력을 가진 여성이에요. 특히 세 번째 이삼십대 여성들은 위커넥트에서 다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에 자신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하시는 것 같아요. 인생 선배들의 모습을 통해 본인의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또 위로를 받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각자의 상황은 다르지만, 서로의 고민에 답변해 주고 연대하며 우리는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Q. 위커넥트는 여성 인재들을 스타트업과 연결하는 것에 주력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대기업 또는 다른 유형의 조직과도 파트너십 기회가 있었는지, 앞으로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미진: 대기업은 변화를 수용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 ESG 때문에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보여요. 한국에 ESG가 주목받고 있지만, E와 S에만 집중하고 있고 거버넌스(Governance)는 지금까지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아 보여요. 그렇기 때문에 더 빨리 변화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작은 조직부터 함께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하지만 코로나로 원격 근무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바뀌었고, 삼사십대 여성이 주 소비자인 기업에서도 일부 변화의 시도가 있었어요. 한국의 저출생 문제 때문에 10년 안에 큰 변화가 있을 거로 생각해요. 일할 사람이 모자라서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연: 다른 예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업과 협업해서 운영하는 고용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직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단순한 일이 많고 계약 종료 후 연장되지 않아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참여하신 분들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경력 발전에 좋은 기회를 찾기는 어렵더라고요. 정부에서도 많은 논의를 하는 만큼, 고용하는 주체와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위커넥트 파트너들과의 2018년 송년 파티
Q. 지난 4년 동안 위커넥트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유진: 위커넥트는 파트너분들이 잘 될 때가 가장 기뻐요. 내부적으로 승진하신 경우도 너무 좋고요. 저희 파트너 중에 초기에 매칭된 분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분은 임팩트 투자사에서 2년 넘게 근속 후 마케팅 에이전시를 창업하셨어요. 그분이 퇴사하실 때 회사 대표님이 우리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스타트업 정신을 가진 회사이기 때문에 창업을 위해 퇴사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고 매우 응원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해요.
위커넥트는 파트너분들과 매칭된 회사가 평생 회사가 아닌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본인이 원하는 창업의 길로 가는 것도 너무 응원하고요. 매칭된 회사에서 창업을 적극 지지해주는 환경을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말하고 나니 채용회사 입장에서 이런 멘트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네요. 검열해야 하나요? (웃음)
미진: 인생은 긴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러는 거죠.
Q. 위커넥트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직군들이 있나요? 파트너 회사 또는 시장의 인력에 대한 니즈와 구직자분들의 전문성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시나요?
유진: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특성상 양쪽(회사와 구직자)이 각자 원하는 바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위커넥트는 특히 초기에 ‘경력 단절 기간이 있지만 일을 정말 잘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기업들에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일을 오래 쉬면 트렌드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고, 특히 스타트업은 주도적으로 일할 사람을 원하는데 과연 경력 단절 여성이 적합할지 확신하기 어려워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먼저 이런 선입견을 없애는 게 중요했어요.
특정 직군에 집중한 것은 아닌데 일을 잘했던 여성, 경력을 보유한 여성을 찾는 데 집중하다 보니 여성이 많이 진출했던 직무 분야인 마케팅, 기획, 경영관리, 재무회계 등의 분야의 분들이 저희 인재 풀에 많이 등록하셨어요.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찾기 힘들어하는 직군은 재무회계와 경영관리 부서였어요. 스타트업이 10인 이상이 되면 대표가 하던 경영관리 업무를 분담하는 새로운 관리 담당자가 필요해요. 재무회계도 책임감과 윤리성이 중요한데 스타트업의 채용 방식은 주로 지인 추천이에요. 하지만 지인 중에 적합한 인력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그런 니즈가 위커넥트와 잘 맞아서 매칭이 많이 이루어졌어요.
그리고 요즘 테크 분야 엔지니어 니즈가 정말 높아요. 특히 스타트업은 개발자 채용 전쟁인데 실력 있는 개발자들만 쫓으며 경쟁적으로 싸우는 경우가 많아요. 개발자 채용 시장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에요.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와 시장의 상황이 많이 다른 간극을 저희가 당장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테크 분야의 인재 연결은 위커넥트에게도 중요한 부분이 될 겁니다.
미진: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 현상이 크죠. IT 기술이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여성이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컴퓨터 사이언스를 포함한 기술 산업 분야 여성 진출에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중요한 의사결정에 여성이 배제된 것이 우려돼요.
수연: 채용 플랫폼이다 보니 구직자뿐만 아니라 채용회사도 함께 발굴해야 하고, 동시에 저희의 목표에 공감해야 하기에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아요. 긍정적인 것은 지난 4년간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시장이 커졌고 프로그램이나 조직도 많이 늘어났어요. 앞으로 함께 하며 시너지를 만들 기회가 많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리턴십 프로그램 교육
Q. 시장의 흐름에 맞는 인력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어요. 자원도 많이 필요할 테고요. 누군가가 위커넥트에 100억을 쾌척한다면, 즉 리소스의 제약이 없다면 무엇에 어떻게 쓰고 싶으세요?
미진: 멀린다 게이츠가 1조 원을 여성에게만 투자하잖아요. 성별의 장벽을 없애고 테크나 미디어 등 영향력이 큰 산업군에 여성이 더 진출하는 것에 투자하고 있는데 제 생각도 비슷해요. 우주공학이나 컴퓨터 공학 같은 21세기에 중요한 산업 분야에 여성들이 어떻게 더 많이 진출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또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기업 지원에도 쓰고 싶어요. 100억은 모자라고 1조 원이 필요할 것 같네요. 돌봄을 제공하는 게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 모두에게 가능하면 좋겠어요. 북유럽처럼 여성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데 쓰고 싶어요.
유진: 아빠의 육아를 사회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유연 근무, 육아휴직 이런 것이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파트너가 필요해요. 정말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위커넥트가 그리는 위커넥트의 모습은 어떤가요?
미진: 직장을 찾으려는 구직자로서 위커넥트와 연결된 분들이 앞으로 지속해서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나갈까 함께 고민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채용회사 입장에서도 노동자로만 생각하기보다는 조직을 어떤 구성원, 인재들로 꾸려나갈까 같이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유진: 커리어 고민은 환갑까지 할 것 같아요.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계속해서 배우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계산원 등 시간제 일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잖아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한 세상이고 위커넥트가 그 파트너 역할을 하기를 바라요.
미진: 저희 비전은 더 많은 스타트업이 유연한 근무 조건으로 더 많은 여성을 채용하는 거예요. 특정 직군의 경우 저희가 교육을 제공하는 조직으로 진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여성이 많이 늘어나는 변화에 위커넥트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Interview date: July 13, 2021
Interviewed by Teri Park, Hyekyung Lee, Bokyung Kim, and Doyeon Kim
Written by Hyekyung Lee and Teri Park
Edited by Bokyung Kim and Doyeon Kim